이희수,강인선 입력 2018.03.28. 17:45 수정 2018.03.29. 00:03
성폭행 이어 대국민 사기극까지..그들의 날개없는 추락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정 전 의원이 전날 늦은 밤 고소 취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이 고소를 취하한 데는 그가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께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카드를 결제한 내역이 드러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당 시간과 장소는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안젤라 씨(가명)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곳과 일치한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당일 렉싱턴 호텔로 간 적이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결제 내용을 확보했고 내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내 불찰"이라고 시인했다. 이후 그는 이날 낮 12시 42분께 자신의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고 모든 공적 활동을 접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전 의원은 해당 글을 통해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고소 취소장 제출과 관계없이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언론사와의 법적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 공표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주 안젤라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문재인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가 돼 정계 복귀를 예고했었다. 선후배 정치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석방된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결심이 섰다고 밝히고 캠프를 꾸려 선거운동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출마 기자회견을 1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정 전 의원에게 7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정 전 의원은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한 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 측과 진실 공방을 이어간 바 있다. 이날 경찰은 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씨(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를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16명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므로, 도망할 염려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날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금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서울남부구치소에 머무르던 안 전 지사는 밤늦게 귀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를 총 4차례 성폭행하고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안 전 지사에 대해 구속 영장을 지난 23일 청구했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안 전 지사는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관계였다"며 업무상 위력을 동원한 성관계라는 김씨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 드린 바와 같다"고 답하며 법원 청사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이희수 기자 / 강인선 기자]
사탕하나2018.03.29.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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